[작성자:] verradell

  • 수박으로 화채를 만들어 먹었다

    수박 한 통을 사 왔는데 혼자 다 먹기엔 크고, 그냥 썰어 먹기도 심심해서 오랜만에 화채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수박을 반으로 갈라 숟가락으로 속을 파냈다. 화채용이라 동그란 스쿱이 있으면 예쁘다는데 그런 게 없어서 그냥 숟가락으로 큼직하게 떠냈다. 모양은 좀 투박해도 어차피 먹을 건데 싶었다.

    큰 볼에 파낸 수박을 담고, 냉장고에 있던 사이다를 부었다. 우유를 넣는 집도 있다길래 조금 고민하다가, 이번엔 깔끔하게 사이다만 넣기로 했다. 얼음도 넉넉히 띄웠다.

    한 국자 떠서 맛을 보니 딱 시원하고 달았다. 수박만 먹을 때랑 또 다르게 톡 쏘는 맛이 더해지니 훨씬 시원했다. 더운데 이거 한 그릇 먹으니 속이 확 풀리는 것 같았다.

    별것 아닌데 그릇에 담아 놓으니 제법 그럴듯해서 사진도 한 장 찍었다. 남은 건 냉장고에 넣어 뒀다가 저녁에 또 꺼내 먹어야겠다. 여름엔 역시 이런 게 최고다 싶었다.

  • 매실청을 처음 담가 봤다

    마트에 매실이 잔뜩 나와 있길래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한 봉지 사 왔다. 해마다 벼르기만 하다가 올해는 매실청을 담가 보자 마음먹었다.

    집에 와서 매실을 물에 담가 씻고, 꼭지를 이쑤시개로 하나하나 땄다. 양이 많다 보니 이게 은근 시간이 오래 걸려서 팔이 다 아팠다. 그래도 꼭지를 안 따면 쓴맛이 난다길래 꾹 참고 다 했다.

    물기를 마른행주로 닦아 내고, 소독한 유리병에 매실이랑 설탕을 켜켜이 담았다. 맨 위에는 설탕을 좀 두껍게 덮으라길래 그렇게 했다. 매실이랑 설탕이 일대일이라는데 설탕 양을 보고 조금 놀랐다.

    뚜껑을 닫아 서늘한 데 두고, 앞으로 가끔 흔들어 주면 된다고 했다. 설탕이 녹으면서 청이 우러나려면 백 일쯤 기다려야 한다니 아직 갈 길이 멀다.

    병을 볕 안 드는 구석에 놔두고 나니 뭔가 큰일을 해낸 기분이 들었다. 여름 지나 가을쯤 매실청을 물에 타 마실 생각을 하니 벌써 기다려진다. 잘 익어 주기만 하면 좋겠다.

  • 콩국수를 집에서 직접 만들어 봤다

    날이 더워지니 뜨거운 국물은 손이 안 가고, 시원한 콩국수가 자꾸 생각났다. 사 먹기만 하다가 이번엔 집에서 콩을 직접 갈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전날 밤에 서리태를 물에 불려 놓고, 아침에 냄비에 삶았다. 너무 오래 삶으면 비린내가 난다길래 딱 무를 정도만 삶았는데, 이 타이밍 잡는 게 은근히 어려웠다. 삶은 콩을 찬물에 헹궈 껍질을 대충 벗기고 믹서에 물이랑 같이 갈았다.

    갈다 보니 생각보다 걸쭉해서 물을 조금씩 더 부었다. 소금 간을 하는데 얼마나 넣어야 할지 감이 없어서 찔끔찔끔 넣다가 간을 봤다 하길 몇 번 반복했다.

    소면을 삶아 찬물에 헹궈 그릇에 담고, 갈아 둔 콩물을 부었다. 얼음 몇 개 띄우고 오이채를 올리니 그럴듯해 보였다. 한 입 먹어 보니 고소한 게 사 먹던 것보다 진했다. 콩을 넉넉히 넣어서 그런가 싶었다.

    직접 갈아서 그런지 괜히 더 든든하고 뿌듯했다. 다만 콩 껍질을 좀 더 깨끗이 벗겼으면 목 넘김이 더 부드러웠을 것 같다. 다음엔 그것만 신경 쓰면 되겠다 싶었다.

  • 열무를 사다 물김치를 담갔다

    날이 더워지니까 매운 김치보다 시원한 물김치가 당겨서, 열무를 한 단 사다 물김치를 담갔다. 열무는 다듬는 게 일이라 늘 미루게 되는데, 큰맘 먹고 도전했다.

    열무는 풋내가 나기 쉽다고 해서 씻을 때랑 절일 때 되도록 살살 다뤘다. 억센 줄기는 떼고 적당히 잘라 소금에 살짝 절였다가 헹궈 냈다. 손이 많이 가긴 해도 이 과정을 대충 하면 맛이 없다길래 참았다.

    국물은 밀가루풀을 묽게 쒀서 식힌 다음, 고춧가루를 면포에 걸러 빨갛게 물만 냈다. 여기에 마늘, 생강, 양파 갈아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췄다. 국물 간 보는 게 제일 어려웠는데, 살짝 짜다 싶게 맞추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

    통에 열무 담고 국물 붓고 나니 냉장고 한 칸이 꽉 찼다. 하루 상온에 뒀다가 넣었는데, 이틀쯤 지나니 국물에 살짝 기포가 올라오면서 익는 냄새가 났다.

    익은 열무물김치에 국수 말아 먹었더니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풋내도 안 나고 국물이 딱 맞아서 스스로도 놀랐다. 여름 내내 이거 하나면 밥 걱정은 덜 것 같다.

  • 장마철이라 집안 곳곳에 제습제를 놨다

    장마가 시작되고 나서 집안이 온통 눅눅하다. 빨래는 마르지도 않고 벽지에서 퀴퀴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마트에서 제습제를 한 봉지 사 왔다. 통에 물이 고이는 그 흔한 제품이다.

    어디에 둬야 효과가 좋은지 몰라서 일단 눅눅함이 심한 곳부터 놨다. 옷장 안, 신발장, 싱크대 아래, 그리고 안 쓰는 방 구석까지. 생각보다 개수가 모자라서 다음에 몇 개 더 사야 할 것 같다.

    옷장에 넣을 땐 옷에 닿지 않게 구석에 세워 뒀다. 예전에 아무 데나 뒀다가 넘어져서 옷에 물이 밴 적이 있어서 이번엔 신경 썼다.

    며칠 지나서 옷장을 열어 봤더니 벌써 통 안에 물이 제법 고여 있었다. 눈에 보이게 물이 차니까 그래도 뭔가 하고 있구나 싶어 묘하게 안심이 됐다. 옷장 냄새도 처음보다는 확실히 덜했다.

    장마 내내 이걸로 버틸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습기 찬 집에 이거라도 놓으니 마음이 좀 놓인다. 물 차는 거 보고 제때 갈아 주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

  • 오이소박이를 처음 담가 봤다

    여름 되니까 밥맛이 없어서 뭐 아삭한 거 없나 하다가 오이소박이를 처음 담가 봤다. 사 먹기만 했지 직접 해 본 건 처음이라, 오이에 십자로 칼집 넣는 것부터 영 어설펐다.

    부추를 송송 썰고 고춧가루랑 액젓, 다진 마늘 넣고 소를 버무리는데, 이게 생각보다 손에 다 묻고 매워서 눈이 따가웠다. 오이 칼집 사이로 소를 밀어 넣는 것도 요령이 없어서 밖으로 다 삐져나왔다.

    그래도 다 만들고 통에 차곡차곡 담아 놓으니 그럴듯해 보였다. 간을 본다고 소가 남은 걸 한 숟갈 먹었더니 짜기만 하고 이게 맞나 싶어서 좀 불안했다.

    반나절쯤 상온에 뒀다가 냉장고에 넣고, 저녁에 찬물에 밥 말아서 하나 꺼내 먹어 봤다. 아직 익진 않았어도 아삭하고 시원한 게 입맛이 확 돌았다. 며칠 지나 익으면 더 맛있어질 것 같다.

    처음치고 나쁘지 않아서 뿌듯했다. 다음엔 소금물에 절이는 시간을 좀 더 넉넉히 잡아야겠다. 오이가 덜 절여졌는지 살짝 물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여름 반찬 하나는 해결한 기분이다.

  • 동네 오래된 목욕탕, 오랜만에 다녀왔다

    집 근처에 낡은 목욕탕이 하나 있다. 늘 지나치기만 하다가, 지난 주말에 문득 생각이 나서 수건 하나 들고 들어가 봤다. 간판 글씨가 반쯤 벗겨진 오래된 곳이었다.

    요금이 팔천 원이었다. 요즘 목욕탕치고 저렴한 편인데, 안에 들어가 보니 왜 그런지 알 것 같았다. 바닥 타일이 군데군데 깨져 있고 사물함도 세월이 느껴질 만큼 낡아 있었다.

    그래도 물은 뜨끈하고 좋았다. 손님이 별로 없어서 넓은 탕을 거의 혼자 쓰다시피 했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한 주 피로가 스르르 풀리는 것 같았다.

    카운터에선 주인 할머니가 작은 TV를 보고 계셨다. 나올 때 수고했다며 요구르트를 하나 건네주시는데, 그 소소한 인심이 어쩐지 정겨웠다.

    때를 밀고 나오니 몸이 개운했다. 시설 좋은 찜질방도 좋지만, 이런 동네 목욕탕만의 느낌이 따로 있다. 이런 곳이 자꾸 사라진다는데, 없어지기 전에 종종 들러야겠다 싶었다.

  • 장마철 눅눅한 운동화, 신문지 넣어봤더니

    장마가 시작되면서 운동화가 도무지 마르질 않았다. 현관에 며칠을 뒀는데도 안쪽이 축축하고, 나중엔 퀴퀴한 냄새까지 올라왔다. 신을 때마다 발이 눅눅해서 영 찝찝했다.

    검색을 하다가 신문지를 구겨 넣으면 습기를 잡아 준다는 이야기를 봤다. 마침 재활용으로 쌓아 둔 신문지가 있어서,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해 보기로 했다.

    신발 안쪽을 꽉 채울 만큼 신문지를 구겨 넣고 하룻밤을 뒀다. 다음 날 아침에 꺼내 보니 신문지가 눅눅하게 젖어 있었다. 습기를 그만큼 빨아들였다는 게 눈에 보이니 신기했다.

    신발 안은 확실히 뽀송해졌고 냄새도 많이 줄었다. 다만 젖은 정도가 심하면 한 번으로는 안 되고, 신문지를 두세 번은 갈아 줘야 제대로 말랐다. 중간에 축축해진 걸 새것으로 바꿔 넣었다.

    돈 한 푼 안 들이고 이만하면 훌륭하다. 건조기에 넣기 애매한 운동화엔 딱이라, 장마철엔 신문지를 좀 챙겨 두려고 한다. 버리려던 신문지가 이렇게 쓸모가 있을 줄은 몰랐다.

  • 중고로 산 수동 원두 그라인더, 두 달 써보니

    집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기 시작한 지 몇 달 됐다. 전동 그라인더는 값이 부담스러워서 미루다가, 중고 거래로 수동 그라인더를 만 오천 원에 하나 샀다. 사진보다 조금 낡긴 했어도 손잡이 돌리는 느낌은 멀쩡했다.

    받자마자 원두 한 줌을 넣고 돌려 봤는데, 생각보다 팔이 아팠다. 20그램 가는 데 3분은 걸리는 것 같고, 아침에 급할 땐 이게 은근히 스트레스다. 손목이 뻐근해서 중간에 손을 바꿔 가며 돌렸다.

    대신 소리가 조용한 건 마음에 들었다. 전동처럼 위잉 하는 소리가 안 나니, 식구들 자는 새벽에 갈아도 눈치가 안 보인다. 사각사각 원두 갈리는 소리만 조그맣게 났다.

    무엇보다 갓 간 원두 냄새가 확 올라오는 그 순간이 좋다. 코를 대고 한참 맡고 있으면 괜히 커피가 더 맛있게 느껴지는 기분이 든다. 손으로 직접 갈았다는 뿌듯함도 한몫하는 것 같다.

    팔 아픈 걸 빼면 그럭저럭 만족스럽다. 급한 아침을 위해 전날 밤 미리 갈아 두는 습관이 생겼는데, 그렇게 두면 향이 좀 날아가긴 해도 아쉬운 대로 쓸 만하다. 당분간은 이 녀석과 지내 볼 생각이다.

  • 매실청을 걸렀다

    봄에 담가 둔 매실청을 이제 걸러야 할 때가 됐다. 유리병 속 매실이 쪼글쪼글해진 걸 보니 설탕이 다 녹아 진액이 우러난 모양이었다.

    담근 지 두어 달쯤 지나면 매실을 건져 내는 게 좋다길래, 큰 볼에 체를 받치고 병을 기울였다. 걸쭉한 청이 주르륵 흘러내리는데 색이 맑은 갈색으로 곱게 우러나 있었다.

    건져 낸 매실은 버리기 아까워서 몇 알 먹어 봤다. 새콤달콤하면서도 과육이 물러 씨만 발라내면 그냥 간식으로도 괜찮았다. 남은 건 따로 담아 조림에 쓰면 되겠다 싶었다.

    거른 청은 깨끗한 병에 옮겨 담아 냉장고에 넣었다. 찬물에 몇 숟갈 타서 마셔 보니 새콤한 매실 향이 확 퍼지면서 갈증이 가셨다. 더운 날 이만한 음료가 없다.

    설탕과 매실만 넣고 기다렸을 뿐인데 이렇게 근사한 청이 되니 뿌듯했다. 여름 내내 물처럼 타 마실 생각을 하니, 내년 봄에도 매실을 또 담가야겠다는 마음이 벌써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