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기 시작한 지 몇 달 됐다. 전동 그라인더는 값이 부담스러워서 미루다가, 중고 거래로 수동 그라인더를 만 오천 원에 하나 샀다. 사진보다 조금 낡긴 했어도 손잡이 돌리는 느낌은 멀쩡했다.
받자마자 원두 한 줌을 넣고 돌려 봤는데, 생각보다 팔이 아팠다. 20그램 가는 데 3분은 걸리는 것 같고, 아침에 급할 땐 이게 은근히 스트레스다. 손목이 뻐근해서 중간에 손을 바꿔 가며 돌렸다.
대신 소리가 조용한 건 마음에 들었다. 전동처럼 위잉 하는 소리가 안 나니, 식구들 자는 새벽에 갈아도 눈치가 안 보인다. 사각사각 원두 갈리는 소리만 조그맣게 났다.
무엇보다 갓 간 원두 냄새가 확 올라오는 그 순간이 좋다. 코를 대고 한참 맡고 있으면 괜히 커피가 더 맛있게 느껴지는 기분이 든다. 손으로 직접 갈았다는 뿌듯함도 한몫하는 것 같다.
팔 아픈 걸 빼면 그럭저럭 만족스럽다. 급한 아침을 위해 전날 밤 미리 갈아 두는 습관이 생겼는데, 그렇게 두면 향이 좀 날아가긴 해도 아쉬운 대로 쓸 만하다. 당분간은 이 녀석과 지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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