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하도 더워서 냉장고에 넣어 둔 수박을 꺼냈다. 그냥 잘라 먹어도 되지만, 문득 어릴 때 엄마가 해 주던 수박화채가 생각나서 만들어 보기로 했다.
수박을 반으로 갈라 숟가락으로 속을 파냈다. 씨를 발라내는 게 귀찮아서 대충 큰 것만 골라내고, 한 입 크기로 뭉텅뭉텅 떠서 큰 볼에 담았다. 파내다 보니 손도 팔뚝도 온통 붉은 물이 들었다.
거기에 우유를 붓고 사이다도 조금 넣었다. 예전엔 설탕을 넣었던 것 같은데, 수박이 워낙 달아서 굳이 안 넣어도 될 것 같았다. 얼음을 몇 개 띄우니 그럴듯한 화채 모양이 나왔다.
한 국자 떠서 맛을 봤더니 시원하고 달았다. 우유가 들어가서 그런지 그냥 수박만 먹을 때보다 부드럽고 뒷맛이 고소했다. 사이다의 톡 쏘는 기운이 살짝 남아 더위가 가시는 기분이었다.
혼자 먹기엔 양이 많아서 통에 덜어 냉장고에 넣어 뒀다. 저녁에 식구들이 오면 한 그릇씩 퍼 줘야겠다 싶었다. 수박 한 통으로 이렇게 시원한 간식이 되니, 여름엔 역시 화채만 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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