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낮에 가만히 있어도 등에 땀이 배길래, 베란다 구석에 천을 덮어둔 선풍기를 끌고 나왔다. 작년 가을에 대충 접어 넣어둔 그대로라 날개 안쪽에 먼지가 회색으로 앉아 있었다. 그냥 켜기엔 영 찜찜해서 큰맘 먹고 분해부터 하기로 했다.
앞 망 거는 부분을 더듬어 보니 양옆에 작은 걸쇠가 있었다. 손톱으로 들어 올리니 생각보다 쉽게 빠졌는데, 가운데 날개 고정하는 캡이 문제였다. 보통 나사 푸는 방향이랑 반대로 돌려야 한다는 걸 한참 끙끙댄 뒤에야 떠올렸다. 반대로 돌리니까 그제야 헐겁게 풀렸다.
날개를 떼어 화장실로 가져가 미지근한 물에 주방세제를 풀어 담갔다. 손으로 문지르니 물이 금방 뿌예졌다. 망은 칫솔로 칸칸이 닦았는데 이게 은근히 시간이 걸렸다. 한 칸 닦고 보면 옆 칸이 또 거뭇해서 끝이 없는 기분이었다.
제일 신경 쓴 건 물기였다. 모터 쪽엔 물이 닿지 않게 마른 수건으로만 닦고, 날개랑 망은 베란다에 한참 세워 말렸다. 덜 마른 채로 끼우면 안 될 것 같아서 다른 일 하다가 저녁때 다시 와서 만져봤다.
조립은 분해의 역순이라 어렵지 않았다. 캡을 다시 반대로 돌려 꽉 잠그고 망을 딸깍 끼웠다. 콘센트를 꽂고 3단으로 돌리니 작년보다 바람이 한결 시원하고, 무엇보다 켤 때 나던 쿰쿰한 냄새가 사라졌다.
한 시간 좀 넘게 걸렸지만, 닦은 날개에서 깨끗한 바람이 나오니 괜히 기분이 좋았다. 여름 내내 켜둘 물건인데 이 정도 수고는 할 만했다. 내년엔 넣기 전에 미리 닦아두자고 또 다짐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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