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를 벽 쪽으로 돌려 서큘레이터처럼 써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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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을 틀어도 방 안 공기가 한쪽만 시원하고 골고루 퍼지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선풍기를 벽 쪽으로 돌려 놓으면 공기가 순환된다는 이야기가 떠올라, 한번 해 보기로 했다.

평소엔 선풍기를 사람 쪽으로 향하게 두고 바람을 직접 쐬었는데, 이번엔 반대로 벽이나 천장 쪽을 향하게 돌렸다. 처음엔 사람한테 안 부니까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에어컨을 켠 채로 선풍기를 창문 반대쪽 벽을 향해 틀어 두었다. 찬 공기가 한곳에 고이지 않고 밀려서 방 안을 돌게 하려는 것이었다.

회전 기능을 끄고 한 방향으로 고정해 두는 게 낫다길래, 좌우로 돌지 않게 고정하고 벽 위쪽을 향하도록 각도를 맞췄다.

잠시 지나자 신기하게도 방 안 공기가 한결 고르게 시원해진 느낌이 들었다. 에어컨 앞쪽만 춥고 구석은 덥던 게 덜해졌다.

특히 방문 근처나 구석처럼 찬 공기가 잘 안 닿던 곳까지 서늘해진 게 느껴졌다. 바람이 벽을 타고 돌아 방 전체를 훑는 모양이었다.

에어컨 온도를 조금 높여도 비슷하게 시원해서, 이렇게 하면 전기도 아끼겠다 싶었다. 찬 공기를 굳이 세게 안 틀어도 골고루 퍼지니 그런 것 같았다.

선풍기 위치도 몇 번 바꿔 봤다. 에어컨과 너무 가까우면 오히려 찬 바람만 밀어내는 것 같아, 방 가운데쯤에서 벽을 향하게 두니 순환이 잘됐다.

서큘레이터를 따로 살까 고민하던 참이었는데, 있는 선풍기로 비슷한 효과를 보니 굳이 안 사도 되겠다 싶었다.

다만 사람한테 바람을 직접 쐬는 시원함과는 다른 느낌이라, 더 더울 땐 잠깐씩 나를 향해 돌려 쓰기도 했다. 상황에 맞게 방향만 바꾸면 되니 편했다.

늘 쓰던 선풍기인데 방향 하나 바꿨다고 이렇게 다를 줄 몰랐다. 여름 내내 에어컨과 함께 이렇게 돌려 두면 한결 시원하게 지낼 수 있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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