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내내 돌린 선풍기를 보니 날개에 먼지가 뿌옇게 앉아 있었다. 바람 나오는 곳이 이렇게 지저분한데 그냥 틀었구나 싶어서, 큰맘 먹고 분해해 닦기로 했다.
먼저 콘센트를 뽑았다. 전기 제품은 물로 닦을 거라 반드시 코드를 뽑고 시작해야 한다길래, 플러그부터 빼 두고 손을 댔다.
앞쪽 안전망을 벗기려는데 고정 클립이 뻑뻑했다. 테두리를 빙 둘러 걸린 클립을 하나씩 젖히니, 딸깍하며 앞망이 떨어져 나왔다.
날개를 고정한 가운데 마개를 돌려 뺐다. 대개 잠기는 방향과 반대로 돌리면 풀린다길래 그렇게 돌리니, 날개가 축에서 쑥 빠졌다.
빼낸 날개를 보니 앞뒤로 먼지가 두껍게 앉아 있었다. 특히 날개 뒷면에 기름기 섞인 먼지가 끈적하게 붙어, 마른걸레로는 잘 안 닦였다.
그래서 세면대에 미지근한 물을 받아 주방세제를 풀었다. 날개와 앞뒤 망을 담가 두니, 끈적하게 붙어 있던 먼지가 조금씩 불어 떨어졌다.
불린 뒤 스펀지로 날개를 한 장씩 문질렀다. 날개 사이가 좁아 손이 잘 안 들어가서, 헌 칫솔로 틈을 훑어 가며 닦았다.
안전망의 촘촘한 살도 칫솔로 닦았다. 살마다 먼지가 껴 있어서, 안쪽 바깥쪽을 번갈아 문질러 하나하나 훑어 냈다.
다 닦은 부품을 맑은 물에 헹궜다. 세제가 남으면 안 좋을 것 같아 여러 번 헹구고, 물기를 툭툭 털어 냈다.
물기가 남으면 녹슬거나 곰팡이가 낀다길래 바싹 말렸다. 바람이 드는 곳에 세워 두고, 마른 수건으로 한 번 더 물기를 닦아 냈다.
완전히 마른 뒤 분해한 역순으로 조립했다. 날개를 축에 끼우고 마개를 조인 뒤 앞망을 딸깍 맞추니, 처음 샀을 때처럼 깔끔해졌다.
다시 틀어 보니 바람에서 나던 퀴퀴한 냄새가 사라졌다. 날개만 닦았을 뿐인데 바람이 개운해져서, 진작 닦을 걸 그랬다 싶었다.
여름이 끝나면 이렇게 닦아서 넣어 두기로 했다. 먼지 앉은 채로 넣으면 다음 해에 그대로 쓰게 되니, 치우기 전에 한 번 닦는 습관을 들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