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필터를 꺼내 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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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에어컨을 틀었는데 어쩐지 바람이 예전만큼 시원하지 않고, 켤 때마다 퀴퀴한 냄새가 방 안에 퍼졌다. 처음엔 기분 탓인가 했는데 며칠 이어지니 아무래도 필터가 막힌 것 같았다. 미루고 미루던 에어컨 필터 청소를 오늘은 꼭 해야겠다 싶어 팔을 걷어붙였다.

리모컨으로 전원을 끄고 앞판을 열었다. 오래 안 열어 봐서인지 걸쇠가 뻑뻑해서, 양손으로 아래쪽을 받치고 조심조심 위로 들어 올렸다. 딸깍 소리와 함께 앞판이 열리자 안쪽에 끼워진 필터 두 장이 드러났다.

필터를 빼내는 순간 표면에 회색 먼지가 뿌옇게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리니 그대로 먼지가 묻어날 정도였다. 이런 걸 통과한 바람을 그동안 방 안 가득 쐬고 있었구나 싶어 괜히 민망하고 찜찜했다.

필터를 욕실로 가져가 샤워기로 물을 뿌렸다. 물살이 닿자마자 회색 먼지가 물과 엉겨 줄줄 흘러내렸다. 한참을 헹궜는데도 계속 뿌연 물이 나와서, 대체 얼마나 쌓여 있었던 건가 싶어 놀랐다.

물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 낡은 칫솔에 주방세제를 살짝 묻혀 그물망을 앞뒤로 문질렀다. 세게 문지르면 얇은 망이 찢어질까 봐 결을 따라 살살 닦았는데도, 구석에 낀 때가 제법 빠져나왔다.

다 닦은 필터는 물기가 빠지도록 벽에 비스듬히 세워 그늘에 두고 말렸다. 완전히 마르기 전에 도로 끼우면 습기 때문에 곰팡이가 핀다길래, 얼른 끼우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바싹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

필터가 마르는 동안 손 놓고 있기 뭐해서, 앞판 안쪽과 송풍구 날개에 앉은 먼지도 마른걸레로 닦아 냈다. 날개 사이처럼 손이 잘 안 닿는 좁은 틈은 면봉을 하나 꺼내 하나하나 훑어 냈다.

한참 뒤 필터가 바싹 마른 걸 확인하고 원래 자리에 다시 끼웠다. 뺄 때와 반대 방향으로 넣으면 되는 간단한 일인데도, 처음엔 방향을 헷갈려 헛끼웠다가 도로 빼서 제대로 맞춰 넣었다.

앞판을 닫고 다시 전원을 켜 보니 바람의 세기가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손을 대 보니 아까보다 훨씬 힘 있게 바람이 나오고, 켤 때 나던 퀴퀴한 냄새도 말끔히 사라져 있었다.

같은 온도로 맞췄는데도 방이 훨씬 빨리 시원해지는 게 느껴졌다. 그동안 막힌 필터로 억지로 돌리느라 전기만 더 먹고 효과는 덜했겠구나 싶어 조금 아까운 마음도 들었다.

필터 한 번 닦았을 뿐인데 이렇게 차이가 클 줄은 몰랐다. 여름 내내 매일 켤 에어컨이니, 앞으로는 2주에 한 번쯤 잊지 말고 이렇게 필터를 씻어 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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