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 블라인드를 무심코 만졌다가 손끝이 시커메졌다. 살마다 먼지가 뽀얗게 앉아 있어서, 오늘은 미루던 블라인드 청소를 하기로 했다.
블라인드는 살이 촘촘해서 걸레로 닦기가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그러다 헌 양말을 손에 끼워 닦으면 편하다는 이야기가 떠올라, 안 신는 양말을 하나 꺼냈다.
양말을 장갑처럼 손에 끼우고 물을 살짝 묻혔다. 너무 젖으면 먼지가 진흙처럼 뭉치니, 물기를 꼭 짜서 촉촉한 정도로만 만들었다.
블라인드 살을 하나씩 엄지와 검지로 집어 훑었다. 양말 낀 손으로 살을 감싸 쥐고 옆으로 쭉 밀자, 위아래 먼지가 한 번에 닦여 나왔다.
한 손으로 살을 잡고 다른 손으로 훑으니 살이 휘거나 흔들리지 않았다. 걸레 한 장으로 낑낑대던 것과 달리, 양말은 살을 감싸 줘서 훨씬 빨랐다.
양말이 금세 새까매져서 중간에 뒤집어 가며 썼다. 앞뒤로 다 더러워지면 헹궈서 다시 물기를 짜고, 그래도 안 되면 새 양말로 갈았다.
먼지가 특히 심한 아래쪽 살은 물기를 조금 더 묻혀 닦았다. 오래 앉아 눌어붙은 먼지도 촉촉한 양말로 문지르니 조금씩 벗겨졌다.
블라인드를 반대로 돌려 살의 뒷면도 닦았다. 앞만 닦고 끝내면 뒤쪽 먼지가 그대로라, 각도를 바꿔 양면을 다 훑었다.
줄을 당기는 조절 부분과 위쪽 틀에 낀 먼지도 양말 낀 손가락으로 훔쳤다. 걸레로는 잘 안 들어가던 좁은 틈이 손가락으로는 쏙 들어갔다.
다 닦고 나서 창으로 드는 빛을 보니 뿌옇던 게 사라지고 살이 깨끗했다. 손끝을 대 봐도 먼지가 묻어나지 않아 개운했다.
먼지가 많이 앉기 전에 마른 양말로 가볍게 훑어만 줘도 관리가 된다는 걸 알았다. 물걸레질은 이따금 하고, 평소엔 마른 양말로 슥 훑는 습관을 들이면 될 것 같았다.
버리려던 양말이 이렇게 요긴할 줄 몰랐다. 걸레보다 편하고 손에 딱 맞으니, 앞으로 블라인드는 양말로 닦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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