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을 끓이다 한눈판 사이 냄비 바닥이 새까맣게 눌어붙었다. 수세미로 박박 문질러도 꿈쩍을 안 해서, 식초로 불려 보기로 했다.
먼저 눌어붙은 냄비에 물을 자작하게 부었다. 바닥이 잠길 만큼만 물을 채우고, 여기에 식초를 서너 숟갈 넉넉히 둘렀다.
식초 물을 부은 냄비를 불에 올려 끓였다. 팔팔 끓기 시작하니 눌어붙은 자국 가장자리가 조금씩 들뜨는 게 보여서,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분 끓인 뒤 불을 끄고 그대로 두었다. 뜨거울 때 바로 긁기보다, 한 김 식히며 탄 자국이 물에 불도록 시간을 두는 게 낫다고 들었다.
어느 정도 식은 뒤 나무주걱으로 바닥을 살살 긁었다. 그렇게 안 떨어지던 탄 자국이 주걱을 대니 뭉텅뭉텅 밀려 일어나서 통쾌했다.
큰 덩어리를 걷어 낸 뒤 물을 버리고 수세미로 문질렀다. 식초에 불어서인지 남은 자국도 힘을 크게 안 줘도 매끈하게 벗겨졌다.
가장자리와 모서리에 낀 탄 자국은 베이킹소다를 조금 뿌려 문질렀다. 식초로 안 지워진 부분이 베이킹소다의 까슬함에 마저 닦여 나왔다.
다 닦은 냄비를 맑은 물에 헹구니 바닥이 원래의 은색으로 돌아왔다. 새까맣던 게 이렇게 깨끗해지니, 버릴까 고민했던 게 민망했다.
식초 냄새가 남을까 봐 맹물을 부어 한 번 더 끓여 헹궜다. 시큼한 기운이 말끔히 가시고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아 마음이 놓였다.
물기를 닦아 마른행주로 훔치고 나니 반질반질했다. 태워 먹었다고 새 냄비를 살 뻔했는데, 식초 한 병으로 되살아난 셈이었다.
알고 보니 식초 대신 베이킹소다나 사과 껍질, 양파 껍질을 넣고 끓여도 비슷한 효과가 난다고 한다. 집에 식초가 없을 땐 그런 것들로 대신할 수 있다니, 알아 두면 두고두고 요긴하겠다 싶었다.
박박 문지르며 힘 뺄 필요 없이, 불려서 벗기면 된다는 걸 이번에 배웠다. 앞으로 냄비를 태우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식초부터 부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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