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레인지를 열 때마다 예전에 데운 음식 냄새가 확 끼쳤다. 안을 대충 닦아도 냄새가 배어 있어서, 이번엔 김을 이용해 제대로 없애 보기로 했다.
먼저 안쪽 벽에 튄 음식물부터 살폈다. 국물이 튀어 말라붙은 자국이 천장과 벽 군데군데 있어서, 이게 냄새의 원인이었구나 싶었다.
전자레인지에 쓸 수 있는 그릇에 물을 담고 레몬 한 조각을 넣었다. 레몬이 없으면 식초를 몇 방울 넣어도 된다길래, 마침 있던 향 좋은 레몬을 골라 띄웠다.
그 그릇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몇 분 돌렸다. 물이 팔팔 끓으며 안에 김이 가득 차오르도록, 넉넉히 시간을 두고 돌렸다.
김이 벽에 맺히며 굳은 음식물을 불렸다. 다 돌린 뒤에도 문을 바로 열지 않고, 김이 안에서 더 배어들도록 잠시 뜸을 들였다.
뜸을 들인 뒤 그릇을 조심히 꺼냈다. 물이 뜨거우니 행주로 그릇을 감싸 잡고 꺼내, 데지 않게 한쪽에 두어 한 김 식혔다.
이제 안쪽 벽을 행주로 닦았다. 김에 불어서인지 아까는 안 지워지던 말라붙은 자국이, 힘 안 들이고 쓱쓱 닦여 나왔다.
바닥의 회전판도 꺼내 따로 씻었다. 둥근 유리판을 빼내 세제로 문지르니, 눌어붙어 있던 국물 자국이 벗겨졌다.
천장과 옆면도 잊지 않고 닦았다. 아래만 닦기 쉬운데 위쪽에도 튄 게 많아서, 고개를 숙여 안을 들여다보며 행주로 훔쳐 냈다.
그래도 냄새가 살짝 남은 것 같아 한 번 더 레몬물을 돌렸다. 문을 열어 두고 남은 김을 날리니, 배어 있던 냄새가 한결 옅어졌다.
마무리로 마른행주로 물기를 닦아 냈다. 안이 축축한 채로 두면 또 냄새가 밴다길래, 벽과 바닥을 바싹 닦아 물기를 없앴다.
씻은 회전판을 말려 도로 끼웠다. 홈에 제대로 맞춰 넣고 손으로 돌려 보니, 걸리는 것 없이 잘 돌아갔다.
다 하고 문을 열어 보니 쿰쿰한 냄새 대신 은은한 레몬 향이 남아 있었다. 세제로 벅벅 문지르지 않고도 이렇게 개운해지니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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