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프라이가 자꾸 팬에 눌어붙어 뒤집을 때마다 부서졌다. 코팅이 다 벗겨진 것 같아, 이참에 프라이팬들을 꺼내 상태를 살펴보기로 했다.
싱크대 아래 쌓아 둔 프라이팬을 전부 꺼냈다. 크기별로 서너 개가 있었는데, 언제 샀는지도 가물가물한 것까지 나와서 늘어놓고 하나씩 살폈다.
바닥을 밝은 곳에서 들여다보니 코팅 상태가 확연히 달랐다. 어떤 건 반질반질한데, 자주 쓰던 건 가운데가 벗겨져 맨 금속이 드러나 있었다.
코팅이 벗겨진 팬은 물을 부어 데워 봤다. 물이 방울지지 않고 쫙 퍼지면 코팅이 죽은 거라길래 확인했더니, 역시 물이 그냥 퍼져 눌어붙을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
벗겨진 팬은 아깝지만 조리용에서 빼기로 했다. 코팅이 벗겨진 채로 계속 쓰면 음식이 눌어붙고 몸에도 좋지 않다길래, 미련을 접었다.
대신 버리기 전에 다른 쓸모를 찾았다. 코팅이 벗겨진 팬은 기름 두르고 부침개 같은 걸 할 때 막 쓰기 좋으니, 당장 버리진 않고 험하게 쓰는 용도로 따로 뒀다. 생선 구울 때도 눌어붙어도 상관없으니 그럭저럭 쓸 만했다.
멀쩡한 팬은 코팅을 오래 쓰려고 손질했다. 뜨거울 때 찬물을 부으면 코팅이 상한다길래, 쓴 뒤 식혀서 부드러운 스펀지로만 닦기로 했다.
팬을 겹쳐 둘 때 코팅이 긁히던 것도 문제였다. 그동안 그냥 포개어 쌓았더니 밑 팬 코팅에 자국이 나 있어서, 사이에 키친타월이나 천을 끼우기로 했다.
자주 쓰는 팬은 손 닿기 좋은 앞쪽에, 가끔 쓰는 큰 팬은 안쪽에 세워 정리했다. 세워 꽂는 거치대가 있으면 좋겠다 싶어, 우선 있는 걸로 자리를 나눴다.
정리하고 나니 몇 개나 되는 팬 중에 정작 쓸 만한 건 두어 개뿐이었다. 괜히 자리만 차지하던 걸 알게 돼서, 다음에 살 때는 좋은 걸 하나 제대로 사야겠다 싶었다.
코팅 프라이팬은 소모품이라 몇 년 쓰면 바꿔야 한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아깝다고 벗겨진 채 계속 쓰던 게 계란프라이 실패의 원인이었던 셈이다.
낡은 팬 하나 정리했을 뿐인데 주방이 한결 홀가분했다. 다음 장 볼 때 새 프라이팬 하나 사기로 하고, 벗겨진 건 험한 일에만 쓰기로 마음먹었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