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앞 카페 대신 텀블러를 들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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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앞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하루 한 잔씩 사 마셨다. 한 잔에 4천5백 원.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카드 명세서를 보니 한 달에 9만 원 가까이 찍혀 있었다. 커피값만 1년이면 백만 원이 넘는 셈이었다.

그래서 텀블러를 하나 샀다. 만 5천 원짜리 스테인리스 텀블러였다. 집에서 핸드드립까지는 못 하겠고, 캡슐커피 머신을 중고로 4만 원에 들였다. 캡슐은 한 개에 4백 원 정도 한다.

처음 며칠은 귀찮았다. 아침마다 커피를 내리고 텀블러를 챙기는 게 일이었다. 출근길에 깜빡하고 두고 나온 날엔 결국 또 카페에 들렀다. 그런 날이 첫 주에만 세 번이었다.

그래도 자리에 두는 습관이 들고 나니 수월해졌다. 텀블러를 현관 신발장 위에 항상 올려두고, 전날 밤에 미리 씻어뒀다. 이 작은 동선 하나 바꿨더니 빠뜨리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캡슐도 떨어지기 전에 미리 한 박스씩 주문해두니 아쉬운 날이 없었다.

한 달 뒤 명세서를 보니 카페 결제가 만 원 남짓으로 줄었다. 약속 있을 때나 가끔 사 마신 정도였다. 캡슐값을 더해도 한 달 커피값이 2만 원이 안 됐다. 텀블러랑 머신값은 두 달이면 다 뽑는 계산이었다.

맛이 카페만 못한 날도 있다. 그래도 내 책상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게 좋다. 무엇보다 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사라졌다. 점심시간에 카페 줄이 길 때면 그 자리에서 동료들 몫까지 내려준 적도 있다. 줄인 건 돈인데, 정작 아낀 건 시간이었다는 게 의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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