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를 하고 거울을 보는데 얼굴이 영 뿌옇게 보였다. 김이 서린 것도 아닌데 늘 흐릿해서 가까이 들여다보니, 거울 전체에 물때가 하얗게 앉아 있었다.
샤워할 때 튄 물방울이 마르면서 남은 자국이 몇 달치 켜켜이 쌓인 것이었다. 물로 닦으면 그때뿐이고 마르면 도로 뿌예지길래, 이번엔 날 잡고 제대로 닦아 보기로 했다.
먼저 샤워기로 거울 전체를 한 번 적셨다. 그 위에 식초를 물에 반반으로 타서 분무기로 골고루 뿌렸다. 산성인 식초가 물때를 녹인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났다.
식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지 않게 키친타월을 거울에 펴 붙이고 그 위에 다시 분무했다. 물때가 푹 불도록 그대로 이십 분쯤 두고 기다렸다.
기다렸다가 키친타월을 떼고 부드러운 수세미로 원을 그리며 문질렀다. 서걱거리고 뻑뻑하던 표면이 점점 매끈해지는 게 손끝으로 그대로 느껴졌다.
모서리와 아래쪽은 물때가 유난히 두꺼웠다. 물이 고였다 마르기를 반복한 자리라 그런지 잘 안 벗겨져서, 식초물을 한 번 더 뿌리고 몇 번을 거듭 문질렀다.
다 문지른 뒤 샤워기로 식초물을 구석구석 씻어 냈다. 헹구고 나니 물이 거울 면을 타고 매끈하게 주르륵 흘러내리는 것부터 전과 확연히 달라 보였다.
마지막이 중요하다길래 마른걸레로 물기를 싹 닦아 냈다. 물기를 남기면 그 자리가 다시 물때가 된다니, 테두리 실리콘 쪽까지 꼼꼼히 훔쳤다.
다 닦고 거울 앞에 서니 얼굴이 쨍하게 선명하게 비쳤다. 그동안 얼마나 뿌연 거울을 보고 살았는지 그제야 실감이 나서 헛웃음이 났다.
욕실 전체가 환해진 느낌이라 내친김에 세면대와 수전 주변의 물때까지 마저 닦았다. 거울 하나 닦았을 뿐인데 욕실 청소를 크게 한 기분이었다.
이제부터는 샤워 뒤에 스퀴지로 거울의 물기만이라도 걷어 내기로 했다. 물때는 지우는 것보다 쌓이기 전에 막는 게 제일이라는 걸 몸으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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