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기 물줄기가 언젠가부터 삐뚤게 튀고 물살도 눈에 띄게 약해졌다. 구멍이 막힌 것 같아, 분해해서 식초로 세척해 보기로 했다.
샤워기 헤드를 가까이 보니 물 나오는 구멍마다 하얀 것이 껴 있었다. 물속 석회질이 굳어 생긴 물때라고 하는데, 문질러선 잘 안 지워졌다.
먼저 헤드를 호스에서 돌려 분리했다. 손으로 돌리니 어렵지 않게 풀려서, 헤드 부분만 통째로 떼어 냈다. 오래돼 뻑뻑하면 마른행주로 감싸 쥐고 돌리면 미끄러지지 않고 잘 풀린다길래 그렇게 했다.
봉지에 식초를 붓고 헤드를 담갔다. 헤드가 완전히 잠기도록 식초를 넉넉히 붓고, 새지 않게 입구를 묶어 두었다. 냄새가 셀까 봐 봉지를 이중으로 씌워 그릇에 세워 두었다.
만약 분리가 안 되는 붙박이 샤워기라면 봉지째 씌워 고무줄로 묶으면 된다고 했다. 마침 내 건 분리가 돼서 그릇에 편하게 담갔다.
그대로 한동안 두었다. 식초가 굳은 물때를 녹이려면 시간이 걸린다길래, 다른 일을 하며 넉넉히 두고 기다렸다.
담가 둔 사이 헤드에서 자잘한 기포가 올라왔다. 물때가 식초에 녹으며 나는 거라길래, 잘되고 있구나 싶어 그대로 더 두었다.
충분히 지난 뒤 헤드를 꺼냈다. 식초 냄새가 코를 찌를 만큼 강해서, 얼굴을 찡그리며 얼른 건져 냈다.
헌 칫솔로 구멍 쪽을 문질렀다. 식초에 불어 있던 하얀 물때가, 아까와 달리 힘없이 벗겨져 나왔다.
그래도 막힌 구멍은 이쑤시개로 하나씩 뚫었다. 촘촘한 구멍에 낀 것을 콕콕 쑤셔 가며 하나하나 뚫어 주었다.
손질이 끝난 헤드를 맑은 물에 헹궜다. 식초 냄새가 남지 않도록 여러 번 헹구고, 안쪽으로 물을 통과시켜 남은 찌꺼기를 흘려보냈다.
깨끗해진 헤드를 호스에 도로 끼웠다. 방향을 맞춰 돌려 끼우니 헐겁지 않게 단단히 물렸다.
물을 틀어 보니 삐뚤게 튀던 물줄기가 곧게 쫙 퍼졌다. 물살도 몰라보게 시원해져서, 씻을 때 훨씬 개운할 것 같아 뿌듯했다. 새 샤워기로 바꾼 것도 아닌데 물때만 벗겨냈을 뿐이라, 진작 해 볼 걸 그랬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