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차를 끓여 냉장고에 채워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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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자꾸 찬 음료수만 사다 먹게 되니 돈도 들고 몸에도 별로다 싶었다. 냉장고에 넣어 둔 페트병이 하루가 멀다 하고 비길래, 오랜만에 보리차를 끓여 채워 두기로 했다.

찬장을 뒤지니 언제 샀는지 모를 볶은 보리 티백이 한 봉지 나왔다. 유통기한을 보니 아직 넉넉했고, 봉지를 여니 고소한 냄새도 살아 있어 그대로 쓰기로 했다.

큰 냄비에 물을 가득 받아 불에 올렸다. 한 번 끓일 때 넉넉히 만들어 두는 게 편할 것 같아, 집에서 제일 큰 곰솥 냄비를 꺼내 물을 삼분의 이쯤 채웠다.

물이 팔팔 끓자 티백을 두 개 넣고 불을 중불로 줄였다. 너무 오래 끓이면 맛이 텁텁해진다는 말이 생각나서, 오 분쯤만 더 우리고 불을 껐다.

뚜껑을 덮은 채 그대로 두고 한 김 식혔다. 구수한 냄새가 부엌을 지나 거실까지 퍼지니, 어릴 때 집에서 늘 마시던 그 냄새라 괜히 반가웠다.

식는 동안 물병을 준비했다. 한동안 안 쓰고 찬장에 엎어 두었던 유리 물병 두 개를 꺼내, 뜨거운 물로 안팎을 한 번씩 헹구고 물기를 털어 놓았다.

미지근하게 식은 보리차를 물병에 나눠 담았다. 뜨거운 채로 냉장고에 넣으면 냉장고에도 무리가 간다길래, 손으로 만져 봐서 미지근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옮겨 담았다.

물병을 냉장고 문 쪽 칸에 나란히 꽂아 두었다. 문을 열면 바로 손이 가는 자리라, 식구들도 따로 말 안 해도 알아서 꺼내 마시기 좋겠다 싶었다.

몇 시간 뒤 차게 식은 보리차를 큰 컵에 따라 마셔 보니, 구수하고 시원한 게 사 먹는 음료수보다 훨씬 개운했다. 단맛이 하나도 없는데도 갈증이 싹 가시는 게 신기했다.

하루 만에 한 병이 다 비어서, 이제 저녁마다 물 끓이는 김에 보리차를 같이 끓이는 게 일과가 될 것 같다. 티백 한 봉지면 이번 여름은 너끈히 나겠다 싶었다.

냉장고에 마실 게 늘 차 있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든든하다. 음료수 사 나르던 돈도 아끼고 몸에도 부담이 없으니, 여름 내내 보리차 끓이는 일은 거르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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