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힌 베란다 배수구를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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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이라 베란다 청소를 자주 하는데, 언제부턴가 물이 잘 안 빠지고 배수구 주변에 흥건하게 고이기 시작했다. 이대로 두면 벌레가 꼬이고 냄새까지 올라올 것 같아서, 큰맘 먹고 막힌 배수구를 뚫기로 했다.

먼저 배수구 덮개를 열었다. 오래 안 열어 봤는지 뚜껑이 물때로 뻑뻑하게 붙어 있어서, 손끝으로 가장자리를 잡고 낑낑대며 겨우 들어 올렸다.

뚜껑을 열자 머리카락과 먼지, 흙이 뒤엉겨 굳은 덩어리가 배수구 입구를 꽉 막고 있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양이 많고 시커메서, 보자마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맨손으로 만지긴 꺼려져서 고무장갑을 끼고, 나무젓가락으로 엉킨 덩어리를 조금씩 끌어 올렸다. 젓가락으로 감아올리니 한 뭉텅이가 쑥 딸려 나왔고, 그럴 때마다 묘하게 후련하면서도 찜찜했다.

큰 덩어리를 어느 정도 걷어 낸 뒤에도 배수구 안쪽 벽에 미끈한 이물질이 남아 있었다. 손이 안 닿는 곳이라 오래된 칫솔을 넣어 벽을 빙 돌려 가며 문질러 닦아 냈다.

어느 정도 치우고 나서 뜨거운 물을 한 바가지 받아다 천천히 부었다. 남은 기름때나 자잘한 찌꺼기가 녹아 내려가라고 부은 건데, 물이 쑥쑥 빨려 내려가는 소리가 나니 그제야 속이 시원했다.

그래도 냄새가 미심쩍어서 베이킹소다를 한 줌 뿌리고 그 위에 식초를 부었다. 부글부글 거품이 올라오면서, 눈에 안 보이던 안쪽 찌꺼기와 냄새의 원인까지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거품이 가라앉을 즈음 다시 물을 흘려보내 말끔히 헹궈 냈다. 덮개 자체에도 때가 잔뜩 껴 있어서, 이참에 솔로 함께 문질러 씻은 다음 도로 끼워 덮었다.

마무리로 물을 한 번 더 부어 보니, 이제는 고이지 않고 소리를 내며 바로바로 빠졌다. 막혀서 답답하던 게 뚫리니 베란다 바닥 전체가 개운해진 듯한 기분이었다.

배수구는 눈에 잘 안 보이는 곳이라 그동안 아예 신경을 안 썼는데, 이렇게 막히고 나서야 열어 본 게 후회됐다. 진작 가끔씩 열어 봤으면 이 지경까지는 안 갔을 텐데 싶었다.

다 치우고 나니 별것 아닌 일 같아도 손이 제법 갔다. 그래도 장마 내내 물 고일 걱정 없이 지낼 걸 생각하니, 앞으로는 비 오는 철이 오기 전에 미리 열어 치워 둬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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