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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네 오래된 목욕탕, 오랜만에 다녀왔다

    집 근처에 낡은 목욕탕이 하나 있다. 늘 지나치기만 하다가, 지난 주말에 문득 생각이 나서 수건 하나 들고 들어가 봤다. 간판 글씨가 반쯤 벗겨진 오래된 곳이었다.

    요금이 팔천 원이었다. 요즘 목욕탕치고 저렴한 편인데, 안에 들어가 보니 왜 그런지 알 것 같았다. 바닥 타일이 군데군데 깨져 있고 사물함도 세월이 느껴질 만큼 낡아 있었다.

    그래도 물은 뜨끈하고 좋았다. 손님이 별로 없어서 넓은 탕을 거의 혼자 쓰다시피 했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한 주 피로가 스르르 풀리는 것 같았다.

    카운터에선 주인 할머니가 작은 TV를 보고 계셨다. 나올 때 수고했다며 요구르트를 하나 건네주시는데, 그 소소한 인심이 어쩐지 정겨웠다.

    때를 밀고 나오니 몸이 개운했다. 시설 좋은 찜질방도 좋지만, 이런 동네 목욕탕만의 느낌이 따로 있다. 이런 곳이 자꾸 사라진다는데, 없어지기 전에 종종 들러야겠다 싶었다.

  • 가계부 앱을 지우고 한 달을 손으로 적어봤다

    5년 넘게 가계부 앱을 썼다. 정확히는 깔아두기만 했다는 게 맞겠다. 카드를 긁으면 알림이 오고, 그 알림을 그냥 밀어버리는 게 전부였으니까. 연말에 앱이 정리해준 소비 통계를 보면 도넛 그래프는 알록달록 예쁜데, 정작 내가 지난달에 뭘 그렇게 샀는지는 하나도 기억이 안 났다. 그게 좀 허무해서 어느 밤에 충동적으로 앱을 지워버렸다.

    다음 날 퇴근길에 문구점에서 2천 원짜리 손바닥만 한 노트를 샀다. 첫날부터 귀찮았다.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두 개에 음료수 하나, 3,200원. 이걸 적겠다고 영수증을 바지 주머니에 구겨 넣고 집까지 들고 온 내가 좀 우습기도 했다.

    그런데 한 일주일쯤 지나니까 이상한 변화가 생겼다. 4,500원짜리 아이스라떼를 사려고 카페 앞에 섰는데, 이걸 또 노트에 적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손이 멈칫하는 거다. 적는 게 귀찮아서 안 사게 되는, 좀 어이없는 절약이었다.

    한 달을 채우고 결산을 해봤다. 외식비가 생각보다 훨씬 컸다. 한 달에 커피값만 6만 원이 넘게 나갔더라. 사실 중간에 사흘 정도는 적는 걸 까먹어서 기억으로 대충 메웠다. 그래서 숫자가 완벽하진 않다.

    그래도 앱 쓸 때랑은 확실히 달랐다. 숫자가 한 번 손끝을 지나가니까 머리에 남는다. 이번 달엔 노트 두 권째를 쓰고 있다. 앱은 아마 다시 안 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