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절판된 책 한 권 때문에 헌책방을 네 곳 돌았다

    몇 년 전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던 책이 있다. 사두려고 마음먹었을 땐 이미 절판이었다. 온라인 중고 서점에 가끔 매물이 뜨긴 했는데, 만 원짜리 책에 3만 원, 4만 원씩 붙어 있어서 매번 장바구니에만 넣었다 뺐다 했다.

    그러다 주말에 별생각 없이 동네 헌책방에 들어갔다. 사장님께 제목을 말씀드렸더니 안경 너머로 한참 천장을 보시다가 “그건 우리도 없는데”라고 하셨다. 대신 근처 다른 가게 두 곳을 손으로 짚어가며 알려주셨다.

    그날 결국 네 곳을 돌았다. 세 번째 가게에서는 비슷한 제목에 혹해서 꺼냈다가 작가가 다른 책이라 머쓱하게 다시 꽂아두기도 했다. 다리가 좀 아팠고, 솔직히 중간엔 그냥 비싸게 주고 살 걸 그랬나 싶었다.

    마지막 가게는 거의 포기하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구석 책장 맨 아래 칸, 무릎을 꿇고 봐야 하는 자리에 그 책이 꽂혀 있었다. 가격표엔 6천 원이라고 연필로 적혀 있었다. 정가보다도 쌌다.

    책을 받아 들고 나오는데 괜히 웃음이 났다. 인터넷으로 3만 원 주고 샀으면 이런 기분은 없었을 거다. 책 안쪽엔 앞 주인이 적어둔 날짜와 이름이 있었는데, 그것까지 덤으로 받은 것 같아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