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쓰는 휴대폰이 만 3년을 넘겼다. 액정 오른쪽 위 모서리에 머리카락만 한 금이 가 있고, 배터리는 오후 4시쯤이면 30퍼센트 아래로 떨어진다. 주변에선 다들 슬슬 바꿀 때 되지 않았냐고 하는데, 이상하게 바꾸기가 싫었다.
사실 처음엔 돈 때문이었다. 신형으로 갈아타면 기깃값만 백만 원이 훌쩍 넘고, 요금제도 다시 묶이는 게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일단 배터리만 갈아보기로 했다. 사설 수리점에서 4만 원 정도 주고 배터리를 교체했더니 거짓말처럼 하루를 버티더라.
배터리를 갈고 나니까 욕심이 좀 생겼다. 안 쓰는 앱을 한 50개쯤 지웠다. 깔아만 두고 안 열던 쇼핑앱, 한 번 쓰고 만 배달 쿠폰 앱, 출시되자마자 깔았다가 까먹은 게임들. 정리하고 나니 폰이 눈에 띄게 빨라졌다. 느려서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던 게 사실은 쓰레기가 쌓여서였던 거다.
금 간 액정은 그냥 두기로 했다. 사진 찍을 때 가끔 거슬리긴 하는데, 케이스 끼우고 보호필름 붙이면 더 안 번진다고 해서 필름만 한 장 새로 붙였다. 5천 원짜리였다.
그렇게 버티다 보니 묘한 오기 같은 게 생겼다. 이거 4년까지 써보자, 싶은. 신상 폰이 나올 때마다 광고를 보면 잠깐 흔들리긴 하는데, 내 폰이 못 하는 게 딱히 없다는 걸 떠올리면 금세 가라앉는다. 카메라가 최신만큼 좋진 않지만 일상 사진엔 충분하다.
결국 폰을 바꾸고 싶었던 건 폰이 느려서가 아니라 새것이 갖고 싶어서였다는 걸 인정하게 됐다. 배터리 4만 원에 그 마음이 한참 미뤄졌으니 남는 장사다. 다음에 정말 고장 나면 그땐 미련 없이 바꿀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