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는 전기포트 안을 무심코 들여다보니 바닥에 하얀 얼룩이 버짐처럼 퍼져 있었다. 물만 끓이는데 왜 이러나 싶었는데, 물속 석회 성분이 눌어붙은 물때라고 했다.
수세미로 몇 번 문질러 봤지만 하얀 자국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럴 때는 구연산이 특효라는 말이 떠올라, 청소용으로 사 두고 방치했던 구연산 가루 통을 꺼냈다.
포트에 물을 최대 눈금까지 가득 받고 구연산을 두어 숟갈 넣어 저었다. 가루가 금방 녹아서 겉보기엔 그냥 맹물 같았는데, 이걸로 되나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그대로 스위치를 눌러 물을 팔팔 끓였다. 끓는 동안 시큼한 냄새가 살짝 올라왔지만 못 참을 정도는 아니었고, 창문을 열어 두니 금방 빠졌다.
끓고 나서 바로 버리지 않고 삼십 분 넘게 그대로 두었다. 뜨거운 구연산 물에 물때가 충분히 불어야 잘 벗겨진다길래, 조급한 마음을 누르고 식을 때까지 기다렸다.
물을 버리고 안을 들여다보니 신기하게도 하얀 얼룩이 거의 사라져 있었다. 뿌옇던 바닥의 스테인리스가 원래의 은색으로 반짝여서 나도 모르게 감탄이 나왔다.
가장자리에 남은 자국은 부드러운 스펀지로 살살 문지르니 마저 벗겨졌다. 철수세미로 박박 긁지 않아도 돼서 코팅이 상할 걱정도 없었다.
구연산 냄새가 남을까 봐 맹물을 받아 한 번 더 끓여서 버렸다. 헹굼 겸 두 번을 반복하니 시큼한 기운이 말끔히 가시고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마른행주로 물기를 닦고, 내친김에 겉면에 튄 얼룩과 손잡이 때까지 훔치고 나니 새것처럼 깨끗해졌다. 안팎이 반질반질하니 물을 끓여도 마음이 놓였다.
그동안 이런 물로 커피를 타 마셨나 싶어 조금 찜찜했지만, 물때 자체가 몸에 크게 해로운 건 아니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구연산 두어 숟갈에 십 분 남짓 들여 이렇게 깨끗해질 줄 몰랐다. 앞으로는 달력에 표시해 두고 한 달에 한 번씩 포트를 끓여 닦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