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더워지기 전에 창고에 넣어 둔 선풍기를 꺼냈다. 겨우내 박스에 넣어 뒀는데도 날개와 망에 먼지가 뽀얗게 앉아 있어서, 이대로 틀면 먼지를 그대로 마시겠다 싶었다.
앞쪽 안전망은 가장자리 걸쇠를 풀고 살살 비트니 어렵지 않게 빠졌다. 가운데 날개를 고정하는 캡은 반대로 돌려야 풀린다는 걸 한참 헤매다 알았다. 평소 쓰던 방향으로 돌리니 더 조여지기만 했다.
분리한 날개와 망은 욕실로 가져가 미지근한 물에 주방세제를 풀어 닦았다. 묵은 먼지가 물에 닿자 거뭇하게 불어나는 걸 보니, 그동안 이걸 쓰고 있었나 싶어 좀 찝찝했다.
본체는 물에 담그면 안 되니 젖은 행주로 닦고, 모터 부분 틈새는 면봉으로 살살 훑었다. 좁은 틈에 낀 먼지가 의외로 잘 빠져서 면봉이 금세 까매졌다.
다 씻은 부품은 물기를 완전히 말린 뒤 다시 조립했다. 물기가 남으면 안 된다고 해서 마른 수건으로 한 번 더 닦고 한참 세워 두었다.
조립을 마치고 전원을 켜니 바람에서 나던 퀴퀴한 냄새가 사라지고 한결 시원한 바람이 나왔다. 별거 아닌 일인데 이걸 해 두니 올여름은 깨끗한 바람으로 날 수 있겠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