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는 울 니트를 세탁기에 무심코 돌렸다가 꺼내 보니 한 사이즈는 줄어 있었다. 소매가 짧아지고 몸통이 좁아져 못 입게 됐다고 체념했는데, 줄어든 니트는 섬유가 서로 엉켜 오므라든 것이라 부드럽게 풀어 주면 어느 정도 되살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시도해 봤다.
울이 줄어드는 건 털 표면의 비늘 같은 결이 물과 마찰에 서로 걸려 뭉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결을 미끄럽게 풀어 주는 데 머리 린스나 헤어 컨디셔너가 잘 듣는데, 사람 머리카락과 양털이 같은 단백질 섬유라 성분이 통한다는 것이다. 세면대에 미지근한 물을 받아 린스를 두 뚜껑쯤 풀고 니트를 담가 손으로 살살 눌러 물이 속까지 배게 했다.
삼십 분쯤 그대로 두었다가 물을 빼고, 헹구지 않은 채 큰 수건에 니트를 펴서 김밥처럼 말아 눌러 물기를 뺐다. 비틀어 짜면 다시 뭉치니 절대 짜지 말라고 해서 손바닥으로 누르기만 했다. 린스가 섬유에 남아 있어야 결이 미끄러워 늘어난다니 헹구지 않는 것이 요령이었다.
축축한 상태로 마른 수건 위에 펼쳐 놓고 원래 크기를 생각하며 사방으로 조심스럽게 당겼다. 한 번에 확 당기면 한쪽만 늘어져 모양이 망가진다길래 소매, 몸통, 어깨를 돌아가며 조금씩 여러 번 늘렸고, 예전에 입던 사이즈의 다른 니트를 옆에 두고 대어 보며 맞췄다. 늘린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게 소매와 밑단 끝을 무거운 책으로 눌러 고정했다.
그 상태로 하루 반쯤 평평하게 말렸다. 옷걸이에 걸면 젖은 무게로 아래만 늘어져 목이 벌어진다고 해서 반드시 눕혀 말렸고, 직사광선과 온풍기는 피했다. 완전히 마른 뒤 입어 보니 원래 크기의 구할쯤은 돌아와서 안 입을 옷이 다시 입을 옷이 됐다. 다만 심하게 줄어 펠트처럼 딱딱해진 니트는 결이 완전히 엉킨 것이라 이 방법으로도 안 돌아온다고 한다.
그 뒤로 니트는 반드시 세탁망에 넣어 찬물 울코스나 손세탁으로만 하고, 헹굼 마지막에 린스를 조금 푼 물에 담갔다 눕혀 말린다. 줄어드는 사고를 막는 것이 되살리는 것보다 훨씬 쉽다는 걸 니트 한 벌 값으로 배웠다.